리비도라는 국산 앰프를 처음 접한 것은 몇건의 인터넷 사용기를 통해서다.
사무실에 쓸 서브기기를 찾던 차라 안소니 갈로라는 별스럽게 생긴 스피커와 함께
리비도의 p35프리와 m35파워 세트를 덜컥 들여 놓았다.
처음에는 그냥 괜찮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다 당연한 수순으로 집에 있는
mbl300e 스피커와 합방을 시켜보았다. 물만난 고기 같았다.
신통한 생각에 한다하는 케이블로 이리 저리 매칭해 보았다. 그때마다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주었고 나름의 베스트 매칭을 구성했다. 상당히 만족했지만 뭔가
메인으로는 부족하다는 얄팍한 생각에 이런 저런 앰프들이 드나들었다.
처음에 반짝했다가 이내 별볼일 없어지거나 아예 비교 대상이 되질 못했다.
그러다가 스피커를 파르지팔 오베이션으로 바꾸었다.
이 스피커라면 리비도가 한계를 드러낼 것 같았고 그러면 당당히 내쳐야겠다는
모진 마음도 먹었다. 그러나 리비도는 너무 쉽게 파르지팔 오베이션을 훌룡히
연주했다. 그래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은 계속 되었다.
스위스에서 온 다즐이 눈에 들어 왔다. 듣기도 전에 구입하리라 마음 먹었다.
들 뜬 마음으로 파르지팔 오베이션과 다즐이 매칭된 샾에서 들어보았다.
과연 훌룡했다. 그러나 리비도만큼 심금을 울리지는 못했다.
지금도 다즐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는 못했지만 리비도를 내치진 못할 것이다.
얼마전 이 앰프를 만드신 분을 오랜 만에 잠깐 뵈었다.
올해 마흔이 되었다는 그가 왠지 지쳐 보였다. 보다 많은 사람이
그가 청춘을 바쳐 만든 걸작을 즐겼으면 한다






아랫분의 글을 읽어보니 문득 1년전에 경험했던 일이 떠올라 글을 올립니다.
일 때문에 알던 사람과 알음알음 소개를 받아 오디오를 꽤 오래하신 듯한 분의
댁을 구경간 적이 있습니다.
오디오 기기들은 오로지 빈티지 일색으로 꾸며졌고 정리되지 않은듯한 모습이
옛날 전파상을 연상키기기에 모자라지 않은 분위기였지요.
그런데 그 속에서 눈에 확 띄는것이 있었으니 바로 M-35 파워앰프였습니다.
이 빈티지 시스템에 어울릴것 같지 않은 TR 앰프...
더군다나 스피커는 알텍 계열의 자작품으로 굉장히 큰 혼 스피커였습니다.
이런 류의 스피커들은 오로지 진공관을 물려야지 TR물리면 완전 쏜다 라는
고정관념이 있던터라 더욱 의야했지요.
LP를 주로 하시는지 CDP는 국산인데 사용하지 않은지 몇년 되어보이고
가라드 플레이어에 베이스를 자작하여 사용하고 계셨습니다.
스피커는 알텍 말고도 문짝만한 스피커가 몇 개 더 보이더군요...
모두 빈티지 스피커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물어봤지요..
"이 스피커에 TR앰프 물리면 쏘지 않나요?"
그러자
"그거야 쓰기 나름이죠..."
짧막한 대답을 해주셨는데 오디오 내공이 장난 아닌듯 했습니다.
알텍이라고 씌여져 있는 프리앰프(포노앰프)에 LP 를 하나 올렸습니다.
그리고 리비도 파워앰프는 켜고 음악이 나오는 순간 이것이 과연 내가 듣던
M-35 소리였던가 라고 의구심을 갖을 정도로 야들야들하게 소리가 나옵니다.
마치 300B 싱글 같이 들리더군요.
"300B 소리같네요?"
했더니....
"전엔 웨스턴 300B 썼었지요..지금은 자리를 물려줬지만요.."
TR 파워앰프와 이렇게 음압높은 혼 스피커의 매칭에서 이런 소리가 나오다니..
정말 놀랬습니다.
이건 그동안 제가 알고있던 M-35의 소리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리비도 앰프의 소리는 신비스러울 정도의 변신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때 다시한번 느꼈습니다.
리비도 앰프는 절대 입문자 앰프가 아니라는 것을........
그래서 더욱더 애착이 갑니다.







로더 죽이기

부제 : M-35.0의 끝은 어디인가?

제 6V6 PP는 로더에 잘 맞습니다. 울리는데는 거의 무리가 없습니다.
로더의 음압이 96이다 보니, 출력 15W에서도 저음을 쾅쾅 때려 줍니다.

방형님 댁의 크루세이더에 제 6V6 PP를 물렸더니, 우퍼가 거의 꼼작을
하지 않더군요. 중고음만 겨우 나오더군요. 엠 35.0 에 물린 크루세이더는
방방 뛰던데..... 방형님의 엠 35.0을 빌려 가기로는 하였지만, 걱정이
많이 되었습니다. 한 힘하는 M-35.0을 괜히 물렸다가 제 로더가
망가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집에 도착하여, 바로 세팅하여 들어 보았습니다.

우선 V1 먼저.....
일반적인 힘센 TR앰프를 물리면, 버벅거리거나, 음이 너무 세서
듣기가 괴롭거나, 밸런스가 깨지는 등의 로더의 반항을 보게 됩니다.
걱정은 기우였습니다. 적당한 선에서, 아니 최상의 탄력과 해상도를
보여 주더군요. 로더에 가장 잘 맞는다는 300B 싱글을 물렸을때와 비교한다면
저음, 탄력과 해상도는 더 우수하고, 질감은 약간 손해보는 듯합니다.
이제 대편성도 들을만 하더군요. 방형님댁의 V1+ M-35.0 + 크루세이더와
비교한다면, 좀 다른 성향입니다. 제 시스템에서는 무게 중심이 밑으로
내려가면서 좀 박력있는 스타일로 변하더군요.

그다음 V3

로더의 음압이 높다보니 화이트 노이즈가 좀 나오는군요.
통상적인 볼륨에서 음악을 듣기에는 지장은 없습니다.
일반적인 V3의 평은 공격적인데.... 제 시스템에서는 야들야들하면서,
유연한 소리입니다. 오히려, V1보다 더 300B에 가깝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 시스템에서는 V3가 더 잘 맞는 듯 합니다.
듣다 보니 화이트 노이즈가 좀 아쉽습니다. 저는 주로 늦은 밤과 새벽에
음악을 많이 들어서....

사실 많이 놀랬습니다. 힘만 센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더군요.
부드럽게 여자를 보다 듬어주기도 하는 그런 앰프였습니다.
저는 로더의 다이나믹과 저음의 한계를 M-35.0을 통해서 보았습니다.
멀티와는 전혀 다른 성향을 보여 주어서 참 재미있었습니다.

이제 M-35.0의 베스트 매칭에 한칸 더 써야 할 것 같습니다.

로더....







오늘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데, 잠시 출근했습니다.
제 밥벌이가 신문쟁이라서 이런 날에도 가끔은 나와야 하니까요.
회사까지 걸어서 20여분거리가 건들건들 출근하는데 청명하기 그지없는
하늘이 이런 날 1년에 몇번일까 할 정도로 좋고, 그래서인지 막 듣다가 나온 음악도
새삼 생각이 납니다. 어느 분이 레인보우로 음악을 듣다가 눈물을 흘렸다는
가슴 뭉클한 얘기를 이 사이트에서 훔쳐 보다가 그 비슷한 고백을 하려합니다.
저는 알파 카시오페아 스피커를 9개월(제가 시리얼 넘버 4호기 주인공입니다)째
운용 중인데, 1년 넘게 만족스럽게 들어온 리비도 35.0을 하나 더 주문해 브릿지로
함께 구동한지는 1개월이 조금 넘습니다. (이렇게 되면 모두 '국산'인데,
그건 제가 본의 아니게 의도한 바입니다. 음악 듣기에 아무 지장없는데
왜 돈들이냐 싶은 거죠. 물론 전에는 저도 외제로 도배를 할 수 밖에 없었지만요.
대신 현재도 소스는 믿음직한 국산 물건이 없어서 MSB 넬슨 DAC에다가
그집 브랜드의 파워 서플라이어와 함께 받쳐줬지요. 케이블은 몽땅 김치호.
) 이렇게 해서 리비도 35.0 모노 브릿지 구도 첫날, 최재웅님이 막 연결을 끝낸 뒤 저는
엄청 당혹감을 느껴야 했습니다. 물론 이제는 사라졌지만, 처음에는 특히 중역대의
밀도감이 많이 지나치다 싶어 엄청 곤혹스럽기까지 했죠.
"공간은 한정됐는데, 이거 돈들여 실수한거 아냐"했다가 며칠 뒤 차츰 의문이
풀렸습니다. 앰프가 에이징이 되면서 하루가 다르게 부드러워졌고, 여기에 결정적으로
다른 카드의 소시기기를 받쳐줬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마이크로메가 CD2.1'인가를 버리고 주문해뒀던 CEC TL-1X로 교체했더니
거의 새로운 오디오 시스템으로 바뀐 기분입니다. 균형도 이뤄진 듯 싶구요.
본래 마이크로메가는 제법 또리방또리방한 소리로 중고역이 그런대로 아름답지만,
그건 앞뒤 위아래의 정보를 잘라 먹고 내는 소리라서 모니터적 기질이 많은
고급 리비도 앰프와 알파 스피커에서는 영 거칠고 적절하지 않았음을 나중에사
확인을 했던 겁니다.
반면 CEC는 그런대로 명기라서 정보량이 많으면서도 부드러워 결과적으로
만족스런 소리를 조화롭게 연출해내고 있죠.
이만하면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음악 즐기기에 거의 9부 능선 수준에
올라온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피아노는 피아노 대로 임팩트가 대단하면서도 뉘앙스 전달에 무리가 없고,
현은 현대로 거칠지 않고 고역이 깔끔합니다. 중저역은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예전 리비도 분리형으로 알파를 울릴 때도 만족스러웠고 '횡재'한 느낌이었는데,
브릿지로 구동하는 지금은 또 다른 완성도, 풍부한 정보량과 뉘앙스를 꽉 차게
즐기고 있지요. 저의 공간이 현재 5.3평인데, 그 족쇄만 풀어줄 수 있다면 거의
우화등선을 할 만한 소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새삼스런 얘기이지만, 리비도는 가격대비 여부를 떠나 절대 완성도 면에서 평가될만 합니다.
따라서 양질의 스피커와 소스 기기의 운용이 뒷바침되야 한다는 점이 결정적으로 중요합니다.
도 주변기기를 지금의 제 수준보다 훨씬 더 올려도 거의 무리가 없이 구동한다는 점도
각별하게 기억해둘 만 합니다. 기회가 나는대로 DAC를 업그레이드 하면 어떨까 싶고,
또 울리기 어렵다는 스피커 한두개를 서브용으로 제대로 울려보고 싶다는
욕구에 동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여기에 처음 인사드리네요...
밑에 한분이 브릿지 구동에 대해 언급해 주셨는데 저도 m35.0을 브릿지 모노
로 구동하고 있습니다.
스피커는 토템 마니2 입니다.
사실 이 스피커를 구입할 때 많이 걱정했습니다.
구동이 매우 어렵다는 소문때문에... 플리니우스 100 에서 구동이 않되서
플리니우스 250 으로 구동했다는 하이파이 클럽의 리뷰가 상당히 겁을
먹게 만들더군요... 하지만 리비도라면 이라는 생각으로 구입을 결정했습니다.
걱정은 기우였습니다. 이전에 mk3 를 카시오페아 dcs에 연결한 것을 들어본
적이 있었는데(물론 1대) 매우 풍성하면서도 정갈한 소리가 나서 인상깊게
들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경우는 차원이 다르더군요...
마니2 의 저역을 부밍없이 잡아주는 것은 물론이고 깊은 저역까지 깨끝하게 떨
어지는 것은 보고(참고로 마니2 의 저역한계는 29 hz 입니다) 처음에 상당히
놀랐습니다. 또 저음과 섞이지 않고 명확하게 들리는 고역도 매력있고요...
모노블럭의 위력을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보컬에서의 매력이 가장뛰어나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성악 전공을 했기 때문에 오페라 라든지 성악곡을 많이 듣는 편인데
매우 실제감있고 힘있는 목소리를 들을수 있었습니다. 오페라의 경우는
오페라 하우스의 울림이 잘 들리는 느낌이었고 오케스트라의 반주에 가수의 노
래가 묻히지 않고 끝까지 뻗는 소리를 내주었습니다.
스피커 구동에 끝을 보고 싶으신 분이라면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물론 제가
오디오를 많이 접해보지 못해서 다양하게 들어볼 기회는 적었지만 전공이 전공
인지라 실제 연주현장은 많이 갈 기회가 있어 실제 악기소리라든지 특별히
목소리에는 상당히 민감합니다. m35.0은 이러한 제 기준에는 합격점을 주고
싶네요.구동력뿐만 아니라 각각의 소리를 사실감있게 들려주고 있으니까요...
글이 두서가 없었네요.. 읽으시느라 수고하셨고요 더운여름 잘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시간이 많지 않아 장시간 푸지게 듣지는 못했습니다.
일고여덟 CD에서 한두 트랙씩 골라 들었는데요.
볼륨 세팅은 1시와 2시 방향 사이에서 CD 게인에 따라 조절했습니다.
한두시 방향이라는 말에 웬 소리를 그리 크게 듣냐 생각하실텐데,
제가 프리앰프 대용으로 증폭기능이 전혀 없는 어테뉴에이터 볼륨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일반 프리앰프라면 아홉시에서 열시 사이의 음량일 겁니다.

글 쓸 시간도 많지 않아 오늘은 일단 들은 곡 별로 간략하게 소감을 적겠습니다.
(더 길게 적을 능력도 사실은 없습니다만...^^)


---SVETLANA Chansons Russes

스베틀라나란 이름의 여가수가 부르는 러시아 민요집입니다.
CD 재킷에 있는 스베틀라나의 사진은 화장기가 전혀 없는 얼굴입니다.
나이는 30대로 보이고... 청초한 인상....
첫 곡을 들었는데 곡명을 적으려고 재킷 뒷면을 보니 아뿔싸! 러시아어로 표기를 해놨으니...
그 아래 불어로 한 줄이 있어 여기 적습니다. Les saules pleureurs revent.
뭔 뜻인지는 모르겠구요...
이 앨범은 녹음이 매우 훌륭하다는 생각을 들을 때마다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첫 곡은 상심한 여인의 우울한 심정을 표현하는 듯한 목소리 색깔입니다.
전에도 우울한 기분을 노래한다는 인상은 늘 받았고, 이번에도 그런 느낌은 같습니다.
어, 그런데 오늘은 거기 더하여 새로운 것이 감지됩니다.
그녀가 입을 벌려 소리를 낼 때마다 그녀 입속 습도가 감지되는 것입니다.
아~ 할 때 입술 안쪽과 혀끝 언저리가 얼마나 젖어있고
우~ 할 때 혀 위에 침이 얼마나 고이는지...


---ERIC DOLPHY Last Date

에릭 돌피는 재킷의 사진을 보면 깊숙히 박힌 크고 검은 눈에 깊이가
가늠되지 않는 지혜와 감성이 가득하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Last Date는 이 타이틀의 뜻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그의 마지막 녹음이라고 합니다.
네덜란드에서 여기 녹음된 세션에 참가한 얼마 뒤 독일에서 30대 젊은 나이에
요절했는데, 여기서 그는 플룻, 베이스 클라리넷, 알토 색소폰 등을 연주합니다.
5번 You Don't Know What Love Is는 돌피의 신들린 듯한 플룻 즉흥연주가
듣는 이를 곡이 계속되는 11분 21초 동안 꼼짝 못하게 만드는 굉장한 트랙입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입속 풍경이 감지됩니다.
곡 후반에 신명나게 플룻을 불어대는 돌피의 입에서 바람이 옆으로 피픽 새는
소리에 이어, 미처 새나오지 못한 바람 한 덩이가 침 넘어가듯 목구멍 너머로
꿀꺽 넘어가는 소리.
여태껏 이 소리가 어디 숨어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KENNY DREW Recollections

피아노 페달 밟는 소리가 얼마나 잘 감지되는지 보려고 2번 트랙 셸부르의 우산을 틀었습니다.
이 트랙에서는 피아노 독주로 시작되는 첫머리에 왼쪽 채널에서 드루의 발이 꿀럭쿨럭
페달을 밟는 소리가 나즈막하게 들리는데, 그 소리가 얼마나 구체적으로 귀에
와 닿느냐가 기기의 중저역 미세신호 재생능력을 보여주는 척도라는 엉뚱한 생각을
언제부턴가 하고 있었는지라, 오늘도 귀를 쫑긋 세워 들었습니다.
결과는? 지금까지 들어본 페달 밟는 소리 중 최고였습니다.
배경소리 재생능력 만점이란 결론입니다.

여기에 힘을 얻어 글렌 굴드의 골드베르그 변주곡 81년 녹음판을 돌렸습니다.
굴드의 흥얼거리는 소리가 얼마나 잘 들리나 보려는 속셈이었지요.
당연, 지금까지 들어본 굴드의 흥얼흥얼 주절쭈절거림 중 최곱니다.
알파 카시오페아 스피커를 쓰시는 어느 분이 8번 트랙에서 Sit down 하고 말하는
여자 목소리를 들었다는 얘기도 오늘 확인해보니 과연 사실이군요.
30여초 근방에 쉬쉬쉬 잡음이 유입되더니 어떤 아주머니(?)가 차가운 목소리로
앉아! 하고 말합니다.

배경소리를 잘 잡아내는 M-35.0의 능력은 앞에서 들은 스베틀라나 판에서도
확인됩니다. 2번 트랙의 발랄라이카 연주자의 왼손이 줄을 누를 때 악기가
낡아서인지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는데, 오늘은 그 삐걱거림이 예전 어느 때보다 생생합니다.


---ALFRED BRENDEL / CLEVLAND QUARTET 슈베르트 피아노 오중주 "숭어"

낮은 저역이 얼마나 잘 나오나 보려고 골라잡은 판입니다.
제 루악 크루세이더2 스피커가 저역재생 한계가 겨우 40헤르츠기 때문에
저한테는 이 연주의 더블베이스 소리가 어떻게 재생되는지가 기기의 저역재생
능력의 바로메타가 됩니다.

결과는? 4악장 안단티노가 계속되는 동안 더블베이스의 낮게 우르렁거리는
소리가 처음부터 끝까지 끊이지 않고 들리기는 처음입니다. 그저 괴물처럼 낮게
그르렁거리는 게 아니라 (전에는 종종 그랬습니다) 음악적 뉘앙스가 팍팍 풍기는
소리로, "아, 이거 진짜 연주네?" 하는 느낌으로 순도 높게 다가옵니다.


---정경화 비발디 "사계"
---KAARE NORGE Morning Has Broken

이 두 음반을 들으며 소음량 야밤청취에서 확인한 M-35.0의 뛰어난 음장 형성 능력을
재확인했습니다. 각각의 악기 소리가 시종일관 선명하게 살면서 동시에 풍성하게
음장을 이루며 연주되는 "사계". 영어권 오디오쟁이들이 스피커에 대해
"disappearing act"라고 말하는 "나 여기 없지롱~" 효과가 제대로 나고 있는 것입니다.
제 빙퉁맞은 스피커 두놈이 입양 3년만에 처음으로 이쁜짓을 하기 시작했으니
이 어찌 감격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정경화의 화려한 바이올린 연주가 계속되는 동안 양 스피커를 아무리 쳐다보고
째려봐도 소리는 두놈 사이와 주변에 가득할 뿐 녀석들 길쭉한 몸통에서 나온다는
생각은 전혀 안 듭니다. 말 그대로 스피커는 사라졌습니다.

Morning Has Broken은 Kaare Norge라는 덴마크 출신 클래식 기타리스트가
1, 2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로 구성된 네 여자의 현악앙상블을 반주 삼아
잘 알려진 팝곡들을 연주하는 판입니다.
지금까지는 이 앨범이 꼭 현악앙상블 반주와 기타의 독주를 따로 녹음해 믹스한 게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재생음에서 독주와 반주의 "어우러짐" 효과가 부족했습니다.
헌데 오늘 비로소 "흠, 같이 연주했구나." 생각하며 들었습니다.
끝내주는 스테이징이 펼쳐지는고로...


어설프나마 이상이 오늘 제가 짧막한 큰소리청취를 통해 느낀 M-35.0에 대한 소감입니다.
M-35.0은 시종일관 여유있고 자연스럽고 풍성하고 디테일이 잘 사는 재생음을 들려줬습니다.
게다가 밥 먹듯 매일같이 들어도 결코 물리지 않을 거란 느낌을 주는 친밀함을 겸비했다 생각합니다.
젠체하지 읺으면서도 뛰어난 실력을 고루 갖춘 대물이 하나 나왔다는 느낌입니다.
오디오와 음악 방면의 선배님들께서는, 귀가 밝지 못하고 음악에 대한 소양도
부족한 놈이 제멋에 겨워 떠들어댄 면이 있다면, 오죽이나 좋으면 저럴까 하는
너그러운 맘으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김민기 1>을 듣고 있습니다. "친구"를 부르는 그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푸근합니다.
맘 같아선 왼종일 저녁내내 밤새도록 음악을 듣고 싶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인지라 멘털스위치를 " 밥벌이 모드" 로 돌려야 되겠습니다..
진정한 "작품"을 선사해 주신 재웅님께 또 한번 감사합니다.